당장 내일(1일) 남북한 고위급회담에 앞서 북한이 ‘여종업원 송환’ 카드를 빼든 것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. 문재인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, 남북철도 연결 등 가시적 성과에 대한 기대가 큰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북한이다. 더구나 미·북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제기할 북한 내 인권,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사전 맞불작전이기도 하다.
그렇더라도 북한이 송환 요구의 명분으로 ‘인도주의’ ‘인륜’을 내건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. 정치범수용소에 8만~12만 명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나치보다 더한 ‘수용소 집단’으로 간주된다. 목숨을 걸고 탈출한 3만여 탈북자가 그 ‘생지옥’의 증인들이다. 그런 북한이 남한을 압박하니 이런 적반하장(賊反荷杖)도 없다.
남북관계 개선이 아무리 시급해도 협상은 한쪽만의 ‘성심성의’로 풀리지 않는다. 오히려 남측이 “판을 깨지 말자”는 식의 소극적 태도일 때 북한은 더 기세등등했던 게 지난 20년간의 경험이다. 왜 먼저 당당하게 북한 주민 인권, 억류 한국인 석방 등을 요구하지 못하는가. 그래야 협상력도 커지고 남북 간에 허세가 아닌 진정한 대화가 가능해진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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